F-16I 제작기 #13 – 기본색칠 끝

프리셰이딩이 끝난 후, 좀처럼 색칠을 시작하지 못했다. 머리 속으로 그려보니, Sufa의 색칠은 이래저래 난관이 많았기 때문이다. 복잡한 외형을 따라 흐르는 3색 위장무늬, 곳곳에 산재한 회색빛 센서 등등… 본격적인 색칠을 앞두고 정말 부담이 컸는데, 10월 황금연휴를 맞아 꾸역꾸역 칠하다보니 어느덧 끝이 났다.

우선, FS36375 단색이어서 그나마 부담이 덜한 동체 아랫면부터 시작했다. 같은 FS특색이지만, GSI라카 H308보다는 다소 밝은 IPP라카 066번을 썼다. 묽게 희석해서 구름을 그리듯 불규칙한 무늬를 내주는 것이 포인트.

동체의 3색 위장은 다음의 물감을 썼다.

  • FS33531 (사막색, Sand) : GSI라카 H313
  • FS34424 (연두색, Green) : IPP라카 070 (Israel Green)
  • FS30219 (갈색, Brown) : GSI라카 H310

사막색과 갈색 물감도 IPP에서 나오기는 하는데, GSI라카보다 좀더 진하게 조색되어 있다고 한다. 1/72의 작은 크기에는 조금 밝은 색을 칠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GSI라카 H313과 H310을 썼다.

위장무늬는 홍콩 J’s Work에서 나온 #PPA5040 Airbrush CAMO-MASK for 1/72 Israeil F16I Camouflage Scheme을 써봤는데, 추천하고 싶지 않다. 우선, 지형(紙型) 템플릿이 아니라, 마스킹 테이프이기 때문에 경계선이 똑 떨어져버린다. 더 큰 문제는 콘포멀 탱크가 없는 F-16을 기본으로 하는 제품이므로 콘포멀 탱크가 필수이다시피 한 F-16I Sufa에는 잘 들어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사놓은 제품이 아까워서) 주익 등 일부에서만 동 제품을 제한적으로 쓰고, 마스킹 테이프를 떼어낸 뒤에 똑 떨어지는 위장 경계면을 에어브러시로 부드럽게 한 번 더 뿌려주는 삽질(…)을 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생각했던대로 블루텍을 써서 칠했으면 이러한 번잡스러움이 크게 줄었으리라 생각한다.

수직미익의 부대마크는 보통 가장 나중에 칠하는데, Sufa의 경우는 미리 칠해둬야 한다. Sufa는 수직미익 전연(前緣)을 따라 큰 회색선(정비 또는 점검을 위한 선인 것 같은데…)이 2개 있는데, 이것이 부대마크 위로 지나가기 때문이다. 곡선자를 이용, 데칼 도안을 본떠 마스킹 테이프를 오려낸 후 에어브러싱해주었다. 색깔은 무광백색(H62)을 먼저 뿌린 위에 오렌지 옐로(H58 黃燈色)를 사용.

소속부대를 정할 때 고민이 많았는데, 아카데미 1/32 키트를 비롯한 다른 제작예에서 많이 보이는 박쥐나 독수리 마크는 하기 싫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별로 예쁘지 않아 보인 이유도 있고… 고민 끝에 제107비행대 “The Knights of the Orange Tail”의 마킹을 골랐다. 별다른 장식 없는 수수한 마킹이 오히려 실전적으로 보이고, 오렌지색의 부대 칼라가 3색 위장과 잘 어울리면서도 화사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Sufa는 동체 곳곳에 각종 센서와 보조흡입구가 산재해있다. 이 중 상당수가 FS36320(GSI라카 H307)로 칠해져있는데, 모형쟁이 입장에서는 이게 상당히 스트레스 요인이다. 붓질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물의 품질을 생각하면 에어브러싱이 답인데, 이것들을 일일히 마스킹하기가 보통 귀찮은 게 아니다. 황금연휴 핑계 삼아 도 닦듯(…) 잘게 썬 마스킹 테이프를 하나하나 붙여가는 수밖에 없다.

수도(修道)의 결과물. 그럭저럭 괜찮게 나온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F-16 계열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숙명, 워크웨이를 스텐실하여 칠해준다. F-16의 워크웨이는 날개와 동체 주위를 크게 에두르는 가느다란 직선이다. 많은 키트에서 데칼로 제공하고 있긴 하지만, 꼬이거나 삐뚤빼뚤해지지 않게 붙이기가 쉽지 않다. 직선이기 때문에 마스킹이 그리 어렵지 않아 많은 모형인들이 보통 직접 그려넣곤 한다. 짙은색으로 칠해질 가는 워크웨이 선만 남기고 주위를 마스킹하면 되는데, 1/72에서는 그 폭이 0.5mm 이하로 매우 가늘어지므로 난이도가 높아진다.

색칠은 GSI라카 H301로 했다. 회색 계통에서는 가장 어두운 색으로, 프리셰이딩을 올렸던 바로 그 색이다.

콘포멀 연료탱크(CFT) 앞부분에도 섹션을 나누는 몇 개의 구분선(?)이 있다. 어두운 회색선은 H301을 쓰고, 짙은 녹색선은 H127에 H301을 살짝 섞어 채도를 떨어뜨려 쓰면 괜찮은 것 같다.

0.3mm 플라스틱봉으로 재현한 CFT 주위의 실링도 칠해준다. CFT가 오묘한 모양이기 때문에, 실링의 마스킹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잘게 자른 마스킹 테이프로 도 닦듯(…) 붙여주는 수밖에.

CFT 실링은 별도의 색 지정이 없기 때문에, 실기 사진을 보고 내 마음대로 뿌렸다. 센서 색(H307)보다는 짙고, 워크웨이 색(H301)보다는 옅은 H317을 썼다.

마지막으로, 스태틱 디스차저의 색칠. 우선, 무광백색(H62)을 뿌리고 H329로 스태틱 디스차저 전체를 노란색으로 칠해준다.

그 다음에는 검은색 에나멜로 스태틱 디스차저의 몸통(?)과 끝단을 색칠. 노란색은 끝단 안쪽에만 남도록 칠하는 것이 포인트다. 매우 작은 부품이기 때문에 이 역시 정신을 집중해서 칠해야 한다. (내 경우도, 수평미익을 하나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스태틱 디스차저 1개가 허무하게 휘어버렸다. 여분 부품을 새로 붙여주느라 또 시간 잡아먹었다)

색칠 완성! 황금연휴에 가족 여행도 다녀오고 했기 때문에 작업실에만 틀어박혀 있던 것은 결코 아니었지만, 연휴가 주는 여유로움 때문에 밀도 있는 작업이 가능했던 것 같다. 어렵지만 피할 수 없는 관문을 모두 지나왔으니, 이제는 슬슬 이 녀석을 어떻게 “꾸며줄지” 고민도 좀 해봐야겠다.

2 comments

  1. 오랫만인데…여전히…1/72로 수행을 하고 있군요…^^
    이거 남들은 1/32로 하는 수준의 작업을 시계수리공의 마음으로 라니…
    문득 구닥다리 레벨 F-16+아카 Sufa (2+2) 작업으로 IDF Barak~Sufa 클리어하려던 계획이 무상함을 깨닫게 되는 포스팅이네요..ㅎㅎㅎ

    ㅡㅡㅋ
    차기작 서베이인 듯해서 여기에 댓글 남겨요.

    MiG-29은 현재 트럼페터는 세부 디테일, 즈베즈다는 전체 프로포션에서 앞선다는 게 중론인 것 같아요.
    단, 정작 기본인 9-12는 즈베즈다에는 없다는 게 함정…
    예전 같으면 이탈레리+아이리스 별매가 제일 나은 조합이었지만 이젠 그냥 고르면 될 듯…
    아, 트럼페터는 기수 측면의 단면 형상이 어정쩡하다네요…1/32에 쾌재를 불렀던 게 얼마 전이건만…

    Su-27도 상황은 마찬가지…
    플랭커맨 켄 더피 가라사대…즈베즈다는 뭔가 묘해…아이템 선택이…라던데
    후기형인 SM 자체가 마이너라 그렇다는 거고 Su-33은 즈베즈다가 그냥 결정판…
    단, 트럼페터는 또렷한 디테일이 최대 강점…게다가 Su-34는 선택의 여지 없음.

    결론은 만들고 싶은 형식에 따라 선택이 갈린다…

    그럼 즐모하시길

    1. 어허… MMZ에 친절한 설명을 달아주신 거 이미 봤는데, 친히 여기까지 왕림하셔서 다시한번 정보를 주시는군요! 요새는 인터넷서핑을 출퇴근할 때 휴대폰으로 간간히 하는 정도여서 모바일 웹이 없는 MMZ에는 잘 안 들어가게 되더라구요. (낑낑대며 올린 글에 별다른 댓글이 안 올라와서 서운했던 것도 좀 있구요…ㅎㅎ 얼마전에 타미야 데칼에 대한 ‘변명’을 올렸다가 미운털 박혀서 그런가? 쩝)

      MiG-29는 몇개월 전에 나온 Scale Aviation 이란공군 특집에 트럼페터 1/72로 아주 멋지게 만든 완성작이 있어서, 트럼페터제로 마음이 굳어가는 중이구요… 수호이 시리즈는 (Su-27 계열이 너무 많은 관계로) 제가 제일 좋아하는 Su-34의 Nose Correction kit가 나오는대로(Red Star Scale Models에서 1/72도?) 역시 트럼페터제 1/72 키트 구해서 기수 바꿔서 만들어볼 셈입니다. 이미 마음은 어느정도 섰는데, Zvezda 키트의 평가가 좋아서 그건 어떤지 좀 궁금했어요.

      어쨌거나 몇년만에(!!) 왕림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근황도 알려주실겸 자주 나타나(?)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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