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6I 제작기 #15 – 유화물감 웨더링

어쩌다보니 색칠에도 공을 들이는 모양새가 됐는데, 이게 다 일본모형지 Scale Aviation 11월호에 실린 하야시 슈이치(Hayashi Shuichi, 林 周市) 특집의 영향이다. 이미 Facebook을 통해 실기(實機)를 방불케 하는 그의 리얼한 웨더링에 충격을 받았던 터라, 이번 Scale Aviation 특집 ‘하야시 슈이치의 세계’에 실린 그의 웨더링 튜토리얼은 내게 큰 자극제가 되었다.

우선, 아무래도 필터링이 약하다 싶던 하면에 필터링을 한번 더 해주었다. 오른쪽이 유화물감 로우엄버(Raw Umber)를 발라 살짝 굳힌 모습, 왼쪽이 그것을 닦아낸 모습. 1차 필터링 때보다 의도적으로 얼룩을 좀더 강하게 남겼다.

반광택 수퍼클리어를 기체 전면에 뿌려 1차 웨더링(필터링)된 표면을 보호해주고, 그 위에 유화물감을 점찍는 방식으로 국소적인 얼룩을 준비해준다. 외국 모델러들은 Oil-Dot Filter Weathering이라고 하는데, 우리말로는 아직 표현이 없는 것 같으니 내맘대로 ‘점 필터링’이라고 부르려 한다. 로우엄버 필터링으로 갈색빛이 돌게 된 표면을 중화시켜주어야 하므로, 이 단계에서는 동체색과 같은 계열의 유화물감을 쓰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에는 이번에 수입된 Mig사의 신제품 Oilbrusher를 써봤다. 모형제작에 활용도가 높은 색상들을 골라 쓰기 편하게 만든 제품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이것이 없더라도 일반 유화물감 중에서 적당한 색을 골라 페트롤 기름에 희석하여 점을 찍어주면 된다.

이렇게 찍어댄 점은 ‘붓빨이’ 용액으로 일일히 지워준다. 지우는 스타일에 따라 ‘필터링’이 될 수도 있고, ‘블렌딩’이 될 수도 있다.

여기서 한번 더 얘기하고 싶은 것은, 유화물감의 용제(溶劑)다. 내 경험상, 웨더링을 위해 유화물감을 녹일 때는 ‘페트롤’, 그렇게 묻힌 유화물감을 닦아낼 때는 ‘붓빨이’ 용액을 추천하고 싶다. 페트롤은 값이 싸고 별다른 특성이 없이 무난한 용제다. (다만, 많이 사용하면 플라스틱 속의 유화제와 반응하여 플라스틱을 ‘쪼개’기도 하기 때문에, 너무 흥건히 쓰지 않도록 해야한다) 붓빨이 용액은 많은 유화물감 용제 중에서 용해력이 가장 약하여 웨더링 목적으로 유화물감을 닦아내기에 가장 좋다. 유화물감을 천천히, 그리고 부드럽게 녹인다.

에나멜물감에 주로 쓰는 라이터기름은 너무 용해력이 좋아(?) 유화물감 웨더링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어두운 색으로 점 필터링이 끝나면, 이번에는 밝은색으로 똑같이 반복해준다.

하면은 단색이어서 그나마 낫지만, 위장무늬가 있는 상면은 위장무늬 1개당 어두운색-밝은색 2개가 필요하므로 총 6개의 색깔을 써서 점을 찍어야 한다. (연녹색 위장에는 진녹색 하나만 썼으므로 실제로는 총 5개의 색깔을 쓴 셈이다) 알록달록하게 점들을 쿡쿡 찍고 있으려니, 내가 지금 F-16을 만드는 건지, 킹타이거를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 필터링의 결과물. 사진이 좀 거칠게 나온 것 같아 이후에 좀더 수정하긴 했지만, 대충 느낌은 이렇다. 똑같은 사막색이라 하더라도 그 위에 명암 또는 얼룩을 주어 면(面)의 색깔을 다채롭게 만드는 것이 관건이다.

이로써 유화물감을 이용한 웨더링은 모두 마무리. 역시 반광택 수퍼클리어를 뿌려 웨더링된 층(Layer)을 보호해주었다. 다음 단계는 먹선넣기와 데칼 붙이기다.

2 comments

  1. 아아주 예전 만드신 48 버캐니어에 감동해(!) 따라 만들어 본 사람입니다 우연히 1/72 마키 작례 찾다 들어오게 되었는데 72로 기종 전환을 하셨군요 ㅎ

    1. 허… 함선모형 고수님 배OO님께서 친히 왕림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MMZ의 함교 자작기도 잘 보고 있습니다. (근성의 결정체더군요, 존경합니다)

      나이도 들고, 모형에 들일 시간도 줄고 해서 1/72로 전향한지 꽤 되었습니다. MMZ이나 오프라인에서 잘 활동하지 않고, 오로지 이곳에서만 2~3주에 한번씩 제작기 올리면서 은둔형으로 모형 즐기고 있습니다. 여전히 왕성히 활동하시는 배OO님의 열정과 박식함이 항상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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