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23MLD #1 – 위장무늬 선택

다음 프로젝트로는 일찌감치 MiG-23 후기형을 선택해놓은 상태다. [ex-USSR] 카테고리에 1/72 스케일 완성작이 하나도 없어서…

(출처 : https://baomoi.com/gia-re-tinh-nang-cao-nhung-vi-sao-mig-23-98-lai-khong-duoc-khach-hang-quan-tam-nhu-mig-21-93/c/26976774.epi)

원래는 MiG-23의 최종발달형(이라기보다는 ‘제안형’이라고 해야 맞겠다)인 MiG-23-98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최신형 공대공미사일인 R-77(AA-12 Adder)과 R-73(AA-11 Archer)을 장착한 모습도 멋있지만…

R.V. Aircraft 키트 #72016이 제시한 위장무늬가 너무나 멋있게 보였기 때문이다. 비록 3색이지만 회색계열로 통일되어 MiG-23 후기형들의 복잡한 4색 위장보다도 절제되어 보인다. 러시아 경찰특공대(OMON)의 타이거 스트라이프 위장 같아보이기도 하고…

그러다가 발견한 1장의 사진으로 인해, 이 위장무늬는 고려대상에서 제외…!

아무 생각 없이 Google에서 ‘MiG-23 36 White’를 검색하자마자 튀어나온 사진.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shanair/23097484365) 1992년 8월 러시아 주코프스키 군용비행장(2016년 이후 국제공항으로 변경되었다고 한다)에서 촬영된 Mr. Malcom Nason의 사진. 시기적으로 몇 년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위의 MiG-23-98 데몬스트레이션 기체와 완벽히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사진을 보고 나서, MiG-23-98 사진을 다시한번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짙은녹색이 곳곳에 보인다. (여러분, ‘선입견’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사실 MiG-23-98 기체는 홍보사진으로만 존재한다. Yefim Gordon의 저서 ‘MiG-23/27 Flogger; Soviet Swing-Wing Fighter/Strike Aircraft’에 따르면, 1999년 1월 MiG-23ML(후기형 중 요격전용 기체)에서 R-73과 R-77 발사시연을 한 적은 있지만, 실제로 (제안사양과 같이) 레이더 등이 업그레이드 된 MiG-23-98은 프로토타입조차도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출처 : https://www.flickr.com/photos/109661044@N07/32825352568, Photo by Rob Schleiffert)

MiG-23-98이 실제 존재하지 않는 홍보용 기체라는 것을 알고 마음을 접긴 했지만, 보통의 MiG-23 후기형을 만들더라도 최신형의 공대공 미사일은 꼭 달아주고 싶었다. 많은 리서치를 거쳐 찾아낸 것이 옛 동독주둔 소련군 제833비행대(833 IAP; Istrebitlnyj Aviacionny Polk; Fighter Aviation Regiment)의 MiG-23MLD들이다. (독일은 1990년 통일되었지만, 옛 동독주둔 소련군은 1994년에야 완전철수했다)

(출처 : https://www.16va.be/galeries_vvs/mig-23mld/imgcol/, Photo by Marcus Pausch)

833비행대는 동독주둔 소련군 비행대 중에서, 최후까지 MiG-23을 운용했던 부대다. (MLD 26대, UB 6대 – 다른 부대들은 모두 MiG-29를 운용) 1992년 5월 13일 이 부대가 러시아로 철수하기 직전까지의 모습들이 인터넷에 많이 올라와있는데, MiG-23MLD가 1990년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R-73 운용능력 개수를 받은 점을 고려하면 내 구상을 실현해주기 알맞은 셈이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하면의 APU-73 파일런과 MiG-23MLD 전용 어댑터는, 이 기체의 R-73 운용능력을 보여주는 증거다. APU-73은 R-60을 운용할 수 있지만(하위호환성), APU-60은 R-73을 운용할 수 없다.

MiG-23 후기형을 상징하는 복잡한 4색 위장무늬는 자료마다 삼면도가 다 다르다. 아프간 참전기체, 소련 방공군, 동유럽군 사용기체 등등 모두가 제각각이며, 같은 기체라 하더라도 키트/데칼 제조사마다 다 해석이 달라서 고증파들의 머리를 쥐어뜯게 만든다. 이 833비행대 역시 한 부대 안에서 위장무늬들이 서로 다르고, 규칙도 발견할 수 없다.

그나마 ‘Red 06’번 기체는 왼쪽 모습과 오른쪽 모습 사진을 모두 구할 수 있어 이번 제작의 모티브로 삼았다. 위와 같은 정면사진도 입수할 수 있어서 위장무늬의 신뢰성을 좀더 높여볼 수 있겠다.

하지만, 인터넷과 자료를 아무리 뒤져봐도 상면의 사진은 좀체 나오지 않아 골치였다. 기껏 찾은 상면사진도 이정도 수준이어서 판독이 어렵고…

그나마 Decograph 1/72 MiG-23UB 별매데칼의 색칠가이드가 833비행대 운용기체의 패턴과 가장 유사한 것 같았다. 다른 자료들은 위장무늬의 해석이 현란해서 나의 흥미를 끌기는 했지만 같은 기체여도 서로 패턴이 달라 신뢰도에 의문을 갖게 했다.

(출처 : https://gallery.jetjournal.net/picture/8699-wa01_migh23ub_62_15c/category/mig-23-mig-27)

그러다가 발견한 결정적인 사진! 비록 833비행대는 아니지만(다른 사이트에 따르면 787비행대라고 한다) 상면이 언뜻언뜻 보이는 833비행대의 다른 MiG-23MLD 위장무늬들을 토대로 유추했을 때, 가장 현실성 있는 무늬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완성된 위장무늬 3면도. 명확한 사진이 있는 좌측면(Port)이나 우측면(Starboard)의 위장무늬 패턴은 그리기 어렵지 않았지만, 상면의 패턴을 잡는데 5-6일이 걸렸다. 색칠은 딸의 색연필을 사용.

실패의 산물들. 상면은 내가 그린 패턴을 내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 폐기한 것이고, 좌우측면은 무늬모양이나 마커펜의 획, 구역별 색칠 등에 실패해서 폐기한 것이다.

마지막까지 유력하게 고려되었던 후보작. 프로젝트 구상 초기에 후보군으로 올려두었던 Linden Hill Decals #LHD32015의 3면도를 적극 차용한 결과물이다. Linden Hill 데칼에 자료를 제공한 Skygrid Studio의 고증성을 믿어보기로 한 것인데, 아무래도 상면이 언뜻언뜻 보이는 833비행대의 다른 MiG-23MLD들에 비해서는 ‘너무 요란’한 것 같아 폐기했다.

다만, 오른쪽 귀퉁이에 적어둔 메모는 여전히 유효하다. 좌우측면 실기사진을 통해 어느정도 파악되는 위장무늬의 ‘규칙’을 적어둔 것이다.

  • 진녹색은 살짝살짝, 스트라이프로 들어감
  • 황토색이 가장 넓음
  • (황토색에 이어) 연두색과 초콜릿색이 (나머지 면적을) 공평하게 (점하고 있음)

완성된 상면의 패턴. 위의 MiG-23UB의 상면패턴을 기본으로 했고, 각 면의 물결패턴은 Decograph 1/72 MiG-23UB 별매데칼의 색칠가이드를 적극 활용했다. 기각된 Linden Hill Decals 참조안의 흔적은 수평미익에 일부 남겨두었다. 실제로 833비행대 MiG-23MLD들도 상면을 제외하면 나머지 부분들(기수, 주익, 수평/수직미익 등)의 패턴은 자유도(?)가 높기 때문이다.

좌우측면의 패턴은 실기사진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리기 쉬웠다. 다만, 연료탱크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주익 아래 측면은 다소간의 추리(?)와 상상이 가미되었다.

833비행대의 MiG-23들은 러시아 복귀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주익과 하면에 연료탱크를 달고 있었다. 이번 ‘Red 06’ 기체도 똑같이 만들어볼 생각이라서, 연료탱크의 위장무늬 패턴도 그려보았다. 연료탱크 정도는 ‘부대 내에서 공용으로 돌려쓰겠지’ 싶어 비단 06번 기체말고도 다른 기체들의 사진을 보면서 비교적 자유롭게 그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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