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18C VFA-192 연휴 작업

예전 같으면 연휴 때 막 달렸을텐데, 아기가 태어난 이후로는 연휴에도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 어릴 때는 “대학만 가면 신나게 모형 만들어야지!” 했지만 대학 때는 취업 때문에 힘들고, 직장 잡은 후에는 일 때문에, 결혼한 후에는 가정일 때문에 진득하니 앉아서 모형할 시간은 좀처럼 나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모형은 ‘은퇴 후 취미’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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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신정 연휴 3일 동안 작업할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다. 반나절 들여 Aires #4211 F/A-18C 호넷 콕피트 세트와 울프팩 WP48027 F/A-18A/B/C/D 폴딩윙 컨버전 세트를 바른 모습이다. 캐노피 유압부와 스파인 부분에 보이는 파란색 치약(?) 같은 것은 카날제 에폭시 퍼티다.

캐노피 유압부는 키트 부품을 파내고 레진부품을 결합하게 되어 있는데 이 결합부분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 에폭시 퍼티를 발라두었다. 스파인 부분은 하세가와 키트의 설계가 약간 잘못된 듯 하다. 예전에 복좌형(D형) 만들 때는 몰랐는데, 단좌형으로 만들기 위해 (복좌형 시트 자리를 메우게 되어 있는) 스파인 부품을 붙이게 되면 기존의 스파인보다 약간 낮게 붙어 단차가 생기게 된다. 이 부분을 정형하기 위해 에폭시 퍼티를 발라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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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res 별매품은 믿을 수 있어 종종 쓰게 되는데, 결합이 썩 쉬운 편은 아니다. 키트 부품 위에 덧대는(add) 식이 아니라 키트 부품 자리에 그대로 들어가는(replace) 컨셉이기 때문에 예전 F-14A VF-21 Freelancers 만들 때 겪었던 것처럼 기존 부품의 격벽을 거의 종잇장만큼이나 얇게 갈아내야 한다. 사포질하며 득도하고 싶은 분이 아닐 바에야 이런 작업에는 가급적 전동공구를 사용할 것을 권한다. (갈아낼 때는 플라스틱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물을 묻혀가며 작업하는 것도 잊지 말자)

레진부품과 키트 부품 사이에는 필연적으로 틈(gap)이 생기게 마련인데, 나중에 퍼티 등으로 메워줄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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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제품의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격벽이다. 웬만한 콕피트 디테일업 세트가 바스터브와 격벽을 분리하여 조립하게끔 하고 있는 데 비해, 이 제품은 바스터브에 격벽을 붙여놓은 상태로 부품을 뽑아놨다. 단면이 항아리 모양인 이 구조물을 한 큐에 뽑아낸 자사의 캐스팅 솜씨를 뽐내고 싶어했다면 모르겠지만, 격벽이 이렇게 붙어있으면 색칠할 때 굉장히 난감하다. 대체 이걸 어떻게 칠한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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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넷의 광팬으로서 시중에 나와있는 호넷용 폴딩윙 세트는 대부분 다 구입해봤다. 이번에 사용한 것은 국산 울프팩 디자인즈 제품이다. 접철부만을 메탈부품으로 뽑아놓은 일반적인 타사 제품들과 달리, 외측날개를 아예 통짜로 뽑아놓은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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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착부는 양 부품을 속 시원하게 ‘붙여버리도록’ 되어 있다. 접착부의 강도도 확보하면서 제작의 편의를 꾀한 괜찮은 방식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울프팩의 이 제품이 시중에 나와있는 호넷 폴딩윙 세트 중 가장 우수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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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작업은 사실 지난 주에 끝내놓았던 것이다. AGM-65E 레이저 매버릭은 키네틱 F-16I에서 따왔고(하세가와 무장세트에 든 것은 이제 쓰레기 취급을 받아야할 것 같다), AGM-88 HARM과 LAU-118 런처는 예전에 EA-6B VAQ-140 Patriots 만들 때 쓰고 하나 남은 커팅에지 #48027 제품을 썼다. (이 #48027 제품, 한 세트 더 있는데, 일본 시즈오카 하비쇼 갔다가 HARM이 든 하세가와 F-16CJ 런너를 벌크로 왕창 구해온지라 번거롭게 2단으로 분리된 이 레진 별매품을 또 쓰게 될지는 모르겠다)

무장과 관련하여 꽤 괜찮은 사이트를 하나 발견한 터라 여기에 소개한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Desert Storm – From Air Modeller’s View‘라는 걸프전 관련 사이트다. 이곳에 걸프전에서 사용되었던 각종 군용기의 무장탑재예가 올라와있다.

Desert Storm – Weapons Loadout Chart

주익 양측에 매버릭과 HARM, 중앙에 Mk.83 통상폭탄을 단 이 조합 역시 이 사이트(SEAD/SuCAP Mission 항목)에서 본 것인데, 한 가지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 해당 차트에서는 동체 하면 4번 스테이션에 AN/AAR-38 FLIR, 6번 스테이션에 AIM-7 스패로를 단 상태에서 AGM-65E 레이저 매버릭을 운용한다고 해놓았는데, 레이저 조사(照射) 포드인 AN/ASQ-173 LST/SCAM가 없는 상태에서 레이저 매버릭을 다는 게 과연 가능한가? (FLIR는 적외선 탐지장치다)

물론, FLIR도 개량형인 AN/AAR-38B에 이르러서는 적외선 탐지와 레이저 조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게 되지만, 이것은 1990년대 중반부터 도입되었으므로 1991년의 걸프전에서는 사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AN/AAR-50 TINS와 함께 사용되는 것이 보편적)

요컨대, 매버릭을 장착한 1991년의 기체가 LST/SCAM 없이 동체 하면에 FLIR + 스패로의 조합을 운용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성립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매버릭을 사용할 생각 없이 ‘폼’으로 달고 다녔다면 상관 없지만…)

이상, 차트만 믿고 FLIR + 스패로의 조합으로 가다가 블로그 포스팅 직전에 부랴부랴 자료 찾아 확인하고, LST/SCAM 만들어 사진 찍은 사람의 푸념이었다. (^^)

2 comments

  1. 별도의 레이저포드 없이 레이저 매버릭을 유도하는 방법은 다른 기체나 지상병력이 레이저 조사를 대신해주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미 아시겠지만요… ^^; 따라서 논리적으로 잘못된 조합이라고 단정짓긴 어렵습니다. 레이저 매버릭은 원래 용도가 지상병력을 위한 근접지원용으로 나온 것으로 작전에서 발사모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 유도를 해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래의 매버릭 같은 파이어 앤 포겟 무기는 근접지원용으로는 사용이 매우 제한되는 무기로 그래서 레이저 방식이 나온 것입니다.

    또 AGM-65E는 원래 해병대용으로 개발된 것으로 지금은 아니지만 91년 당시에는 해병대만 사용했을 것이기 때문에 미 해군기 무장조합에서 F형이 아닌 E형이 관찰될 수 있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레이저 매버릭은 적외선이나 광학유도방식의 다른 매버릭과 달리 MFD에 시커의 영상을 실제로 표시해주지 않기 때문에 FLIR의 장착이 정확한 타겟확인을 위해서는 필수적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

    1. 전문적인 설명 감사합니다. 저는 국내모형지에 나온 몇 줄의 지식만 갖고 고증을 하는 사람인지라 용진님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하게 되네요. ^^;;; 지상유도도 생각해봤습니다만, 고정관념 때문인지 FLIR만 있고 LST/SCAM이 없는 조합은 상상하기 어렵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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