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오늘도 역시....가르칠 것은 많은데 시간은 부족했고,
결국 정해진 두시간을 훨씬 넘겨 세시간만인 11시 10분에 학생의 집을 나왔다.
아무래도 늦을 것 같아 겉그림이 다 벗겨진, 120원 남은 낡은 전화카드로
부모님께 늦게 끝났다고 먼저 주무시라고 전화드리고...혹시나 전철이
끊기지나 않았을까 마음을 졸이며 일원역을 향해 뛰었다.
다행히 열차를 타고 교대역으로 왔다. 그 때가 11시 50분 가량...?
아직 2호선이 끊기지 않았을까 다시 걱정이 됐고,
교대역에서 내리자마자 또다시 뛰었다. (오늘 정말 많이 뛰었다.....-_-;;;;)
역 천장에 걸린 차편안내기는 "이번 열차: 서울대입구" 라고 쓰여있을뿐,
그 밑에 "다음 열차"란은 비어있었다. 이번에 올 열차가 오늘의 마지막 열차인거다.
마지막 열차가 왔다.
3호선에서 내려 마구 뛰어오는 사람....
경비(?) 아저씨들에 의해 강제로 태워진 취객들....
막차가 올 때까지 앉아있다가 막차가 오는 걸 보며 그제서야 비로소
잘있으라고 아쉬워하는 연인들...
모두가 막차를 탄 사람들이었다.
역 안은 "이번 열차는 서울대입구역까지 운행하는 오늘의 마지막 열차입니다...
오늘의 마지막...."이라고 외치는 차장님의 목소리로 시끄러웠고,
막차를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들로 인해 약간 소란스러웠다.
막차라....
태어나서 처음 타보는 막차다.
물론 그 시각보다 훨씬 더 늦게 집에 들어가본적도 있긴 하지만
그때는 모두 택시를 탔었고, 오늘처럼 막차를 타고 집에 가본 적은 처음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 "막차"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나에게는 생경했고, 또 신기했다.
그 느낌을 될 수 있는대로 많이 느끼고 싶어서
고개를 돌려 열차안 사람들을 봤다.
조는 사람....이야기하는 사람....신문보는 사람....보통때랑 다른게 없었다.
막차를 잡아탔다고 슬퍼하는 사람도....기뻐 날뛰는 사람도....
부끄러워하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모든게 똑같았다. 그게 막차였다.
그냥....우리 사는 것도 똑같은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조금 뒤에 처져있다고 해서....조금 늦었다고 해서....
절망하거나 슬퍼하거나....결코 그런 것만은 아닐꺼다.
그러한 "실패자"나 "낙오자"의 삶...
그 모든 것도 결국은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고, 생활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노래, "청계천 8가"에 나오는 가사처럼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 산다는 것이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위대한 것인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열차는 어느덧 사당역에까지 왔고,
나는 셔터가 거의다 내려진 역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내가 빠져나온 그 지하역 속으로 물을 뿌리며 청소를 시작하시는
미화원 여러분들을 보았다.
막차가 떠나버린 뒤에도 새로운 삶과 땀냄새가 있었고
그러한 삶의 너머로 아침은 준비되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