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시간에 어느 일본인 학생과 얘기를 나누다가
내가 서울에 산다고 하니까
대뜸 '북쪽 서울이냐 남쪽 서울이냐'를 물어봤다.
갑자기 목이 꽈악 메이면서
인상이 찡그려졌다.
도대체 이 땅덩어리까지 와서
얼마나 많은 한국의 청년들이
강북에 사느냐 강남에 사느냐를 얘기했길래
아무것도 모르는 일본인 아녀자가
나더러 북쪽 서울이냐 남쪽 서울이냐를 물어볼까.
그 일본학생은 그냥 그 질문이
'강남과 강북은 분위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지만
과연 그가 그 질문 속에 담겨진
한국사회의 저주스러운 편가르기와 반목의 역사를
읽어낼 수 있을까.
휴일만 되면 한국사람들끼리 모여 파티를 벌이면서
그 안에서 강남이냐 강북이냐를 편가르는 모습은
한심스러움을 넘어
아, 20년 뒤 이 자들이 기성세대가 된 시대에도
우리나라에 변할 것은 아무것도 없겠구나 하는
절망에 가까운 탄식을 절로 쏟아내게 만드는,
그러한 것들이었을 뿐이다, 내게.
나는 이제 한국사회의 모든 병폐들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에 느꼈던,
내가 그 모든 것들을 바꿔보리라, 바뀔 것이다라던 호기는
사람들 뇌리와 행동양식 깊숙히 박힌 문제의 뿌리들의 깊이를 확인하면서
이제 차츰 '그러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되어
나를 자꾸 움츠러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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