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사람이 직접 찍은 사진은 아니고, 그 역시 어딘가에서 퍼온 듯 했는데, 사진의 오른쪽 아래 귀퉁이에 원본의 출처(블로그 로고와 주소)가 찍혀있어 그 블로그 역시 구경 가봤다.
위 사진의 원출처는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전업주부분의 블로그인 듯 했는데, 위 회사에서 주관하는 입주자 초청행사에 자주 초대받아 다녀오시는 모양이다. 이른바 '래미아니티'로 활동하시면서(...) 래미안에 대한 격찬을 아끼지 않는 모습이 무척 '기묘하게' 보였다. (집사람마저 황당해할 정도로...)
아무래도 아파트를 만들어 파는 기업 입장에서는 결정권이 큰 주부를 공략하는 것이 유리할 테고, 그런 계산에서 그 주부블로거를 초청한 것이겠지만, 아무리 주거와 집에 대한 전문적인 평가를 내리기 힘든 주부라 하더라도 그렇게 래미안에 대한 격찬 일색으로 블로그를 운영한다면 그를 초청한 기업 입장에서도 낯 간지러운 일이 아닐까. (오늘 엉뚱하게 '좌파'라는 말 써서 설화(舌禍) 입은 윤계상과 난형난제라 할 만하다)
... 출처가 된 어느 전업주부 블로거분에 대해서는 이쯤 하고, 사진 속의 '시'에 대해 생각해볼까 한다. (따옴표를 쓰지 않고는 민망해서 못 견딜 것 같다) 물론, 그 블로거가 이 사진을 찍은 목적은 역시나 '래미안에는 이런 것도 있다!'라는 찬탄(?)이랄까 동경(?)이랄까, 그런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어쨌거나 이 사진을 퍼온 블로그에는 이런 댓글들이 달려있다.
- 지능안티 인정.
진짜 손발이 오그라들고 있습니다;;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데 한 번 구경하러 가 볼까요;
- 언어는 형이상학 책 뿐만아니라 이런 식으로도 휴가를 갈 수 있군요...
- ㅋㅋㅋ 우하하하하..
읽는 내가다 남사스럽네요.
막장 문학계의 최고봉인데요.
다음 즐보드에 가면 짱먹겠어요.
-
와우.. 대단한데요.
웬만한 초중고등학교 교가보다 더 유치한걸;
붙어있는 것 만으로도 얼굴이 화끈화끈 하겠어요-ㅁ-
(단, 정신줄 붙어있는 사람들만)
... 등등;;;
하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바로 이 댓글이 아닐까.
- 시의 힘은 정말로 위대하군요.
단 아홉줄로 몇억씩 들여 집산 사람들을 졸지에 병신 만들어버리다니....
대한민국 아파트업계라는 것이 원래 톱스타들 광고모델로 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대한민국 1%'라느니,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준다'느니 하는, 입주자들의 허영심을 자극하는 쪽으로는 일가를 이루었다고 평가를 받긴 한다. 하지만, 단지 내에 저런 손발이 오그라드는 시를 동판에 새겨 세워놓고도 가만히 있을 수 있는 것은 그러한 허영심 자극 마케팅이 도를 넘어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는 능력(쉬운 말로 '제 정신'이라고 한다)을 마비시켜버린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아마 이 사진이 인터넷에 많이 떠돌게 되면, 저 동판도 조용히 내려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소동이 저 아파트 입주자들의 마음 속에 깃든 (업체로부터 불어넣어진) 허영심을 가라앉히고 그들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되돌이켜볼 기회를 줄 것 같지는 않다.
주민들이 항의해서 내리건, 업체 스스로가 내리건, 그들이 동판을 내리게 된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단지 '래미안에 사는 고귀하신 가족들'로서 남들에게 받는 손가락질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돈 몇 억씩 주고 입주한 아파트인데 어처구니 없는 시가 적힌 하잘것 없는 동판 하나 때문에 졸지에 '병신'되는 것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